날개를 잃어버린 허수아비 새

날개를 잃어버린 허수아비 새


                                               류 희 태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작은 허수아비 새
허수아비를 피해 먹이를 먹어야할 새들이 
허수아비처럼 처마 끝에 매달려 있다.

누가 시킨 걸까? 무엇을 지키는 걸까?
지난 겨우내 먹이를 찾지 못한 것일까?
작은 날개 짓에 바둥거리며 사는 게 힘들어진 걸까?

푸르스름한 밤의 내음이 부리 끝에 느껴진다.
지친 인생의 날개짓 뒤로 새가 버둥거린다.

새가 새가 되지 못하면
살아도 살지 않는 것?

꿈이 꿈이 되지 못하면 
살아도 살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