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주말 토요일에 아들을 데리고 레고블록 놀이방에 갔다. 놀이방에서 아들은 열심히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넘어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름 레고를 조립하는 부모를 배려하려고 책장에 책이 꽤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역시나 교육에 대한 책, 잡지, 소설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눈의 띄는 몇 권의 책이 있었다. 그 중에 한 권이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였다.

사실 이 책은 외국 사람이 쓴 자기 개발서다. 다만 자신의 경험으로 이렇게 해야한다는 식의 개발서는 아니고 스토리텔링을 잘 한 개발서다. 40대 중반 남자 폰더씨가 주인공이다. 폰더씨는 대학 시절 만나서 결혼한 아내가 있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선생님 직업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을 하고 있다.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 이야기의 시작은 이 주인공이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가 적대적 M&A로 넘어가면서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한다. 아직 갚지 못한 집 담보 대출이 있었고, 새로 구매한 자동차 할부도 많이 남았다. 그래도 배를 움켜쥐고 살 수는 없기에 임시로 얻은 직장을 다니지만, 갑작스런 딸의 수술을 전화로 듣고, 그 날 직장 사장은 개인적인 전화를 업무시간에 사용한다고 해고를 통보한다.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는 폰더씨는 고속도로에서 자살의 충동을 느끼기다가 교통 사고를 낸다. 외국 작가가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에 10년 이상 살았던 사람처럼 한국 40대 중년 남자은 본인의 이야기처러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본인도 당연 엄청난 공감을 느끼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폰더씨는 2차 세계 대전에 일본에 원자 폭탄을 투여한 미국 대통령, 링컨 대통령, 솔로몬, ?, 안네 프랑크, 게티즈버그 전투에 참가했던 육군 대령, 가브리엘 대천사를 만나며 시대의 격변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7명으로부터 7가지 교훈을 받게 된다.

위의 7가지 교훈을 정리한 문장들을 그냥 읽으면 사실 별 감흥과 깨달음이 없다. 하지만 7명을 만나면서 나누는 대화와 감정들이 이 단순한 명언같은 지식을 깨달음으로 바꾸어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었던 말을 가브리엘 대천사가 해주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하프 타임의 스코어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인생의 비극은 인간이 그 게임에서 진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길 뻔한 게임을 놓친다는 것입니다.40대 중반이 되면 시간이 가장 아쉽다. 청년의 강인한 체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엄청 멀게만 느껴졌던 노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 조금이나마 체력과 에너지가 더 있을 때 뭔가 의미있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합류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 사람들도 사실 사는 모습과 고민이 많이 다르지 않다. 그들도 상시적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 과거의 선택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현재의 선택이 쌓여서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음.
  • 나이 40은 축구의 전반전이 끝이 나고 후반전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휴식 시간 20분동안 체력을 회복하고 후반전의 작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 후반전으로 갈수록 체력은 전반전보다 더 떨어지겠지만 역전골은 후반전 마지막 5분에 터지는 거다. 안정환처럼.